비무장지대의 곤충들

여기에 있는 글 및 사진의 출처는 과학동아 96년 4월호 '과학의 달' 특별 별책부록으로 출판된 "온대원시림의 세계적보고 비무장지대 곤충/식물 생태화보집"입니다. 고려곤충연구소의 김정환 소장이 사진을 찍고 글을 썼습니다.

곤충들 1

북방초원하늘소
청잎벌레
홍띠하늘소
황초록바구미
사슴벌레

곤충들 2

애긴다리풍뎅이
대유동방아벌레
붉은가슴잎벌레
산길앞잡이
북방보라금풍뎅이

곤충들 3

먹주홍하늘소
도솔애남가뢰
잠자리각다귀
금테비단벌레
밑노란잠자리

곤충들 4

대륙좀잠자리
수염치레각날도래
검정날도래
애기나나니
참밑들이

곤충들 5

고려풀매미
큰주홍부전나비
산부전나비
참깽깽매미
참매미

머리말

인적 끊긴 45년 자연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한반도 허리를 자르는 2백 48km 길이의 휴전선. 이를 따라 4km 폭으로 펼펴진 비무장지대. 인적이 끊긴 45년간, 고요속에 대지가 살아 숨쉰다. 그래서 온대 생태계의 세계적인 보고로 알려진 곳.

비무장지대에 인접한 울창한 계곡에는 먹이와 물이 풍부해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동쪽 향로봉 정상 부근에서 천연기념물 황조롱이가 눈에 띈다. 철원에서는 재두루미, 흑두루미 등 국제적인 보호조들이 한가롭게 쉬고 있다.

이곳은 뱀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건봉산 서쪽으로 뻗은 고진동 계곡에서는 희귀종인 까치살모사가 자주 발견된다. 이외에도 산양, 수달, 참개구리, 열목어, 산천어 등 남한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종'으로 지목된 갖가지 개체들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곤충은 학계에 알려진 수만 해도 1만 5천종에 달한다. 북방초원하늘소, 도솔애남가뢰 등 희귀종을 비롯한 다양한 곤충들이 화려하면서 섬세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계곡과 산등성이 곳곳에서 각종 수림이 늘어서서 마치 식물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사람의 흔적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원시림에 온갖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특히 이곳은 북부와 중부의 식생이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에 학술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추운 지방에 분포하는 몇몇 식물들의 남방한계지역이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의 생태적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보호를 위한 각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와 민간 모두에서 '남북공동 생태계 조사'가 제안됐다. 철책선을 제거하고 동물 소통로를 만들자는 획기적인 구상도 나왔다. 또한 이 지역 생물표본을 전시할 자연생태기념관이 내년 철원에 설치될 예정이다.

그러나 반세기의 시간이 그냥 정지된 것만은 아니다. 각종 군사시설과 작전도로가 곳곳을 점유하고 있다. 더욱이 매년 잎이 마르는 봄과 가을 군사용 화공작전이 실시돼 길게는 한달 동안 산과 들이 불에 탄다. 비가 내려 자연적으로 멈출 때까지.

그 결과 꽃은 있되 곤충이 없는 기이한 생태계가 조성되기도 한다. 불에 탄 땅에서 식물은 다시 자랄 수 있지만 애벌레마저 사라진 그곳에 곤충이 남아 있기 어려운 탓이다.

민족분단의 장벽이 낳은 생태계 장벽도 만만치 않다. 3m 가까이 설치된 이중삼중의 철책선은 포유류는 물론 곤충의 이동을 막고 있다. 인공적인 생태격리가 발생한 셈이다.

그래서 비무장지대 중심지보다 남방한계선 근처가 오히려 희망적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잘 보존된 원시림이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이렇듯 비무장지대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동안 변하고 있다. 하지만 출입이 제한된 그곳에 무엇이 변했는 지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곳곳에 설치된 지뢰밭 때문에 자주 갈길이 막힌다. 민간인이 밤을 새우는 일은 제재를 받는다. 결국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막연하게 감을 잡을 뿐이다.

이런 한계 속에서 '생태사진'은 남북이 하나되기 전까지 비무장지대 생태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출입구일지 모른다. 정확한 현장 확인을 거친 조사자료가 드물고 한정된 사람만이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생생하게 촬영된 사진들은 일반인이나 학자 모두에게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생태사진은 특히 곤충연구에서 큰 역할을 발휘한다. 죽은 표본으로 곤충을 연구하면 종종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표본이 변색해버려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환(고려곤충연구소장)과 김정명(사진작가)은 평생 곤충과 식물 사진을 전문적으로 다뤄왔다. 이들은 비무장지대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계곡과 능선을 누비며 수년에 걸쳐 '치열하게' 촬영에 임했다. 개체들이 출몰하는 시기와 장소도 일일이 기록했다. 그리고 이 결과물이 생태목록을 제대로 작성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비록 "이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겸손해 했지만, 동쪽 건봉산 고진동 계곡에서 서해 우도까지 비무장지대 전 구간을 탐헌 필자들의 성과는 감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본격적인 생태계 연구에 커다란 디딤돌을 만들고 있다.

많은 사진 중 희귀하게 발견되는 개체들을 중심으로 책을 엮었다. 언젠가 밟아야 할 땅 '비무장지대'를 식물과 곤충을 벗삼아 미리 탐색해 보자.

(김훈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