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명 이야기]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부산일보 2006-03-22 12:12] [작은 생명 이야기]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부산일보 2006-03-22 12:12]
어릴적 살던 동네를 우연히 지나게 됐습니다.
골목을 지나면서 친구와 함께 놀던 때를 떠올리니 미소가 번집니다.
그 시절에는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가방이야 어찌됐든 마루에서 방으로 던져 버리고 대문을 휙~하고 빠져나갔습니다.
꼬마 녀석들이 꽤 모였습니다.
땅따먹기,구슬치기 놀이도 재미있었지만 술래잡기 놀이가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술래가 된 한 친구가 골목담에 기대앉고 다른 친구들은 주위에 둘러섭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밥 먹는다','무슨 반찬?','개구리 반찬!','죽었니 살았니?'라며 번갈아 가면서 외치다가 여우가 된 술래는 갑자기 '살았다'고 외치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아이들을 잡으러 다닙니다.
예부터 사람들은 여우를 관찰하면서 개구리를 물고 있었던 모습을 자주 봤던 모양입니다.
꾀 많은 여우,사람을 홀리는 여우 등으로 우리 입에 지금도 자주 오르내리는 동물,그 여우는 어디로 갔을까요?개과에 속하는 여우의 영어 이름은 'red fox'로 등쪽이 밝은 갈색을 띠면서 붉은 빛깔로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붉은 여우라고도 불립니다.
시각과 청각이 발달했고 행동이 아주 민첩합니다.
개구리를 비롯해서 쥐,토끼,꿩 등을 잡아먹습니다.
여우가 날씬한 몸매와 뾰족한 모양의 주둥이로 쥐를 잡는 모습은 놀랍습니다.
말 그대로 쥐도 새도 모르게 살금살금 기어가서 어느 정도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수직으로 뛰어올라 쥐를 위에서부터 덮쳐 잡습니다.
그래서인지 약삭빠르고 교활한 인상을 풍깁니다.
우리 옛이야기도 이러한 여우를 보며 '꾀 많은 여우','사람을 홀리는 여우'등으로 묘사하고 새침떼기 여자아이에게 여우의 모습을 빗대기도 합니다.
여우는 호랑이,늑대와 같은 큰 맹수들을 피해서 유럽,아시아에 고루 퍼져 살고 있습니다.
일본에도 살고 있는 여우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그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지나면서 그 수가 줄어든데다 60~70년대 많이 놓았던 쥐약으로 사라진 것입니다.
그렇게 사라져간 여우가 얼마전 죽은 채 발견되기는 했지만 강원도 양구군에서 그 존재가 확인된 일이 있었습니다.
이야기 속에만 존재할 줄 알았던 여우가 실제로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습니다.
자연사박물관에서 박제된 여우를 보면서 아이들은 "여우가 생각보다 귀엽게 생겼다"고 합니다.
신비한 느낌의 여우가 우리 아이들 앞에도 다시 나타나줬으면 좋겠습니다.
박태진·자연과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