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우리에게 무엇인가…丙戌年 개띠 해 犬公 다시보기 [쿠키뉴스 2005-12-31 05:28] 개는 우리에게 무엇인가…丙戌年 개띠 해 犬公 다시보기
[쿠키뉴스 2005-12-31 05:28]
[쿠키문화] ○…병술년(丙戌年), 올해는 개띠 해다.
개는 12지(支) 상 11번째 동물, 시간은 오후 7∼9시, 방위는 서북서, 달로는 음력 9월에 해당된다. 개도 높여 부를 땐 '견(犬)', 낮춰 부를 땐 '구(狗)'자를 사용한다.
' 견공(犬公)''황구(黃狗)'로도 불리는 개는 역사상 가장 먼저 가축화된 짐승 중 하나다. 따지고 보면 개도 사람에겐 어엿한 '동반자'인 셈. 1만2천년전 덴마크의 구석기 유적에서 개의 화석이 나왔고, 9천500년전 페르시아에서 개를 사육했다는 기록도 있다. 국내의 경우 울산시 울주군의 선사시대 암각화에도 개 모양이 나타나고, 함북 웅기 굴포리 유적지에선 개의 두개골이 출토됐다. 현재 개의품종은 모두 200여종.
개는 점차 인류의 수족 역할을 했다. 목장에선 양떼를 몰고, 북극에선 설매를 끌고, 산악지방에선 짐꾼 노릇도 마다하지 않는 더없이 미더운 일꾼이었다. 디지털 세상으로 접어들자, 일부 애완견은 사람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기에 이르렀다. 세상사 힘들 때마다 사람들은 햇살 아래서 백수연하는 그 자태가 한없이 부러워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외친다.
'멍멍∼'
제대로 된 개는 절대 자기 주인은 물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자기를 도와준 사람도 문다. 그래서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는 서재에 이런 문구의 현판을 달아 뒀는지 모른다. '때론 사람이 개보다 못 할 수도 있다'
# 개는 영물이다…진돗개는 IQ 60
개는 '영물(靈物)'이다. 삼국유사를 보면 '백제 멸망 때 사비성 개들이 왕궁을 향해 슬피 울었다'는 대목이 있다. 무속신화, 저승설화에 따르면 흰 강아지는 환생한 망자를 이승으로 안내한다고 한다.
말 만 못한다 뿐이지 행동거지는 거의 사람 수준이다. 진돗개의 IQ(지능지수)는 60 이상이다. 민속학적으로 황구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 백구는 '벽사'의 상징이었다. 개는 통일신라 땐 무덤을 수호하는 '호석(護石)'이 되기도 했고, 고구려 각저·무용총, 안악 3호분 벽화에도 등장한다. 후대에는 해태, 닭, 호랑이와 함께 대문 그림이나 부적으로도 각인된다.
고분벽화, 문헌, 설화, 민화 등에 등장하던 개는 조선 때'견도(犬圖)'로 형상화된다. 이암(李巖)의 '화조구자도(花鳥狗子圖)'와 '모견도(母犬圖)', 김두량의 '흑구도(黑狗圖)', 익살스럽게 놀고 있는 오원 장승업의 '쌍구도(雙狗圖)', 오동나무 아래서 보름달을 보고 짖는 심전 안중식의 '오동폐월도(梧桐吠月圖)' 등이 손꼽힌다.
세월이 흘러 개 모습도 많이 업그레이드되고 퓨전화됐다. 대백프라자가 오는 8일까지 기획전시할 '견(犬)물생심전'은 개 그림이 얼마나 진화됐는가를 잘 보여준다.
# 의리· 충성을 안다…전설 속 명견
충신은 불사이군(不事二君)이고 충견(忠犬)은 불사이주(不事二主)다.
우리의 전설, 설화, 역사 속을 훑어보면 의외로 의견(義犬)이 많다.
현 재 구미시 도개면 신림리 의구총과 의구비 등, 지역은 물론 전국 각처에 의로운 개를 기리는 비석과 상징물이 적잖다. 의견비 중 가장유명한 건 전북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獒樹里)의 의견비. 불타 죽어가는 주인을 살리기 위해 근처 강물에 몸을 적셔 불을 껐다는 내용이 고려시대 최자(崔滋)가 지은 '보한집(補閑集)'에 잘 기록돼 있다.
독일의 군견 '도베르만 빈센트'도 명견이다. 2차대전 중 프랑스의 마지노선이 독일에 의해 무너진 것도 바로 이 개 때문이다. 도베르만 빈센트가 몸에 폭약을 감고 적의 참호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몇해전 대서특필된 '돌아온 진돗개' 얘기도 찡한 감동을 준다.
1993 년 3월 300㎞나 떨어진 대전으로 팔려갔다가 7개월 만에 진도로 돌아온 백구를 위해 전남 진도군 의신면 돈지마을 주민들이 7천여만원을 들여 '돌아온 백구 동상'을 건립했다. 돌아온 백구는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백구는 2000년 14살로 숨졌다. 마을 앞엔 백구묘도 있다.
# '아낌없이 준다'…죽어서는 보신탕
한국민은 보신탕을 즐긴 민족이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삼복에 파를 넣고 푹 삶은 개고기를 먹으면서 땀을 흘리면 무더위를 이긴다"고 적혀 있다. 동의보감은 "피로와 상처를 보하고 위장을 튼튼히 하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적고 있다.
예전엔 보신탕이 '개장'으로도 불렸다. 오뉴월엔 개고기가 품귀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점차 개 대용으로 소고기가 사랑받게 된다. 그런 연유로 대체용 소고깃국이 훗날 '대구탕(代狗湯)' '육개장'으로 불린다.
불가에선 "개고기 냄새가 나면 호환(虎患)을 불러온다"고도 하지만, 유가에선 향음주례에 개고기를 빠트리지 않았다.
◇도움말=사단법인 한국삽살개보존협회.
국민일보 쿠키뉴스제휴사/영남일보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