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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물범은 울고 싶다 [경향신문 2006-08-30 16:06] latin dict size=0   common dict size=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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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목 [커버스토리]물범은 울고 싶다 [경향신문 2006-08-30 16:06]
[커버스토리]물범은 울고 싶다 [경향신문 2006-08-30 16:06]; Image 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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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물범은 울고 싶다 [경향신문 2006-08-30 16:06]

[커버스토리]물범은 울고 싶다
[경향신문 2006-08-30 16:06]

저예요, 백령도에 사는 점박이 물범. 설마 절 모르시는 건 아니죠? 왜, 요즘 서울 버스 정류장에 ‘얼짱’인 제 얼굴이 많이 붙어 있다면서요. 2년 전엔 텔레비전에도 출연했잖아요. ‘서해의 마지막 제왕’이라고. 뭐, 제왕이라고 하긴 좀 쑥스럽지만, 저희가 서해의 유일한 해양 포유류이긴 해요. 저희 집안의 막내인 제가 점박이 물범 대표로 여러분들께 편지를 쓰게 된 건 제가 제일 글을 잘 써서라는데, 믿거나 말거나죠.

사실 200년 전만 해도 저희 친척이 꽤 많았대요. 독도엔 강치(바다사자) 아저씨가 있었고, 물개 아줌마도 있었죠. 저희처럼 지느러미 발을 가진 기각류가 5종류쯤 있었는데, 이젠 저희만 남았다네요. 동해에 가끔 물개가 나타나긴 하지만요.

하긴,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긴 해요. 저희 식구도 자꾸 줄어들거든요. 그 유명한 정약전 아저씨가 쓴 ‘자산어보’에도 저희가 나왔어요. ‘옥복수’라고요. 그땐 태안반도, 흑산도, 칠산 앞바다까지 서해 전체가 저희 땅이었죠. 지금은 백령도에만 살지만요. 30년 전만 해도 저희 할머니들이 어찌나 ‘흐엉흐엉’ 울어댔는지, 사람들이 잠을 못잤다니까요. 요즘은요? 한 250~350마리쯤 돼요.

사실, 사람들 저희한테 별 관심 없었죠. 저희가 학계에 보고된 것이 1973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게 82년이에요. 배를 타고 와서 저희 머릿수를 세어보고 간 건 겨우 6년전, 2000년이었죠. 그 누구더라, 안경쓴…아, 원창만 아저씨(국립환경과학원 생태복원과)가 저희에 대해 4쪽짜리 논문을 썼는데, 그게 전부였어요.

몇년 뒤에 KBS ‘환경스페셜’ 방송국 아저씨들이 저희랑 저~기 베링해에 사는 점박이 물범이랑 유전자 비교 조사를 했죠. 저희 점박이물범이 전세계에 한 23만마리쯤 되거든요. 근데, 저희랑 베링해 친척들이랑 겉으로는 똑같이 생겼지만 유전자는 좀 다르대요. 저희가 서해가 처음 만들어질 때 여기에 들어와서 1만년 동안 고립됐기 때문이라나요? 그때 방송국 아저씨들이 친구들한테 이상한 위성추적장치도 달았어요. 세상에, 사람들은 그래서 처음 알았다면서요? 저희가 여름엔 여기 있다가, 겨울엔 중국에 다녀오는 것을요. 정말, 무심도 하시지.

아직은 아니고, 10월말이나 11월쯤 되면 중국에 가야 해요. 보하이(渤海)의 랴오둥(遼東)만 바다가 얼거든요. 다롄(大連) 근처예요. 저흰 얼음이 있어야 살 수 있거든요. 뭐, 잠수야 물속 300m까지 하는 실력이지만, 코로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매달릴 곳이 필요해요. 얼음 때문에 사람들이 가까이 못 오니까 어른들이 안심하고 아기도 낳고요. 엄마, 아빠도 지난 1월에 거기서 저를 낳으셨어요.

지금은 제 키가 1.5m에 몸무게도 100㎏쯤 되지만요, 태어날 땐 80㎝에 8㎏밖에 안됐대요. 젖 먹는 한달동안 정말 무럭무럭 자라죠. 빨리 자라야 헤엄을 배워 백령도까지 갈 수 있잖아요. 젖 뗄 때쯤 뽀얀 솜털이 없어지고, 멋진 알록달록 무늬가 생기죠. 그건 좋지만…, 엄마 아빠랑 헤어지는 건 정말 슬펐어요. 젖먹는 동안만 같이 살거든요. 지난 겨울동안 엄만 아빠랑만 사랑하고, 아이는 저 하나만 낳았어요. 뭐, 저흰 30년쯤 사니까 내년엔 또 새로운 가족을 만나시겠지만요.

으, 중국 생각하면 지금도 좀 무서워요. 제가 엄마 옆에서 배 긁으며 졸고 있는데요, 갑자기 배들이 온 거예요. 엄마 따라서 풍덩, 물 속으로 뛰어들었죠. 세상에, 옆집 아가는 그대로 잡혀갔어요. 아가 엄마가 울면서 배를 따라갔는데…같이 잡혀버렸대요. 저는 너무 무서워서 엄마에게 꼭 안겨만 있었어요. 엄마가 그랬어요. 중국사람들이 우릴 잡아서 20달러씩 받고 판대요. 저희 ‘고추’가 남자들 약으로 쓰인대요. 효과 있대요? 모르죠? 그러면서 왜 저흴 잡아가는거죠?

그뿐만이 아녜요. 중국에선 숨쉬기도 힘들어요. 서해가 세계 3대 오염해안이라면서요? 보하이 주변에 공장은 또 얼마나 많이 짓는지. 저희가 먹고 사는 바다로 흘러들어오는 폐수가 한해에 28억t이나 된대요. 켁켁. 저흰 어떻게 살라고요. 1940년대엔 중국까지 포함해 서해 전체에 저희 점박이 물범이 8,000마리쯤 살았는데, 요즘엔 1,000마리밖에 안 남았다고요.

얼음이 녹자 친구들은 하나 둘 남쪽으로 가기 시작했어요. 해안을 따라서 양쯔강 주변으로 간다는 친구도 있었고요, 백령도로 간다는 친구도 있었어요. 3월말쯤 저도 중국을 떠났죠. 얼마나 왔을까. “백령도다!”하기에 둘레둘레 봤더니…. 와! 이렇게 먹을 게 많다니요! 까나리, 우럭, 조피볼락, 놀래미…. 물고기 천국이에요. 어른들이 백령도, 백령도 하는 이유를 알았다니까요.

백령도에서 저희집은 3곳이에요. 하늬바다 앞 물범바위랑, 연봉바위랑, 두무진이요. 암초지대라서 물결이 잔잔하고 먹을 것도 많고요. 물 속에 사람들이 쳐 놓은 그물이 있는데요, 고개 들이밀고 보면 먹을 게 많아요. 그치만 요령이 좀 있어야 해요. 아차하다간 아예 그물에 걸리니까요. 저희 집안 아저씨 한 분이 최근에 사고가 나서 피부가 벌겋게 벗겨졌어요. 힘센 친구들은 아예 그물을 찢어버리기도 해요. 그래서 백령도 사람들이 저흴 좀 안 좋아하는 것 같지만요.

가끔씩 사람들이 저희 바위에 와서 굴도 캐고, 홍합도 캐고, 다시마도 따요. 아이 참, 저희끼리 눕기에도 정말 좁은데. 저같이 힘없는 아이들은 만날 밀려서 물에 빠지다보니 ‘일광욕’을 할 수가 없잖아요. 거기다 사람들 오면 도망가느라 햇볕도 못 쬐고요. 뭐, 여기 사람들이 중국에서처럼 저흴 잡아가진 않지만, 그래도 사람은 무섭거든요. 거기다 두무진은 어찌나 시끄러운지. 관광유람선이 만날 유행가를 틀어대요. 글쎄, 제가 ‘섬마을 선생님’을 다 외웠다니까요. 한번 불러볼까요?

여하튼 세상 어디에도 ‘유토피아’는 없어요. 어린 녀석이 주제 넘다구요? 히히, 제가 좀 조숙하긴 하죠. 어른들 말씀이 백령도도 예전같지 않대요. 여길 떠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이에요, 걱정…아, 수다 그만 떨어야겠어요. 금방 휘리릭 지나가는 ‘우럭이’를 발견했거든요. 제 사냥솜씨 한번 보실래요?

〈백령도|글 최명애기자 glaukus@kyunghyang.com〉
〈사진 박재찬기자 jcphotos@kyunghyang.com〉

출처: 경향신문 - http://www.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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