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세상보기] 유령개미 [중앙일보 2005-06-23 20:44] [과학으로 세상보기] 유령개미
[중앙일보 2005-06-23 20:44]
"파리 오페라 극장을 무대로, 천사의 목소리를 타고났지만 사고로 흉측하게 변한 기형적인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괴신사가 아름답고 젊은 프리마돈나를 짝사랑하는 이야기는 1861년 파리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오페라의 유령'은 언제나 오페라극장 5번 박스석에 자리하는 괴신사다. 리허설 도중 연속적인 사고 때문에 주역 여가수가 출연을 거부한다. 합창단원들의 추천으로 무명인 크리스틴이 대역으로 선발돼 노래를 완벽하게 부르면서 공연은 성공을 거둔다. 주인공은 리허설을 끝내고 분장실로 돌아온 크리스틴을 납치해 분장실의 거울을 통해 지하 호수에 있는 마궁으로 사라진다. 그는 그녀에게 사랑을 바치면서 그가 작곡한 오페라에서 노래해 줄 것을 간청한다. 하지만 흉측하게 일그러진 괴신사의 얼굴을 본 크리스틴은 경악하고 오페라극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계속 발생해 모두 공포에 휩싸인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줄거리다.
개미 중에도 유령처럼 눈에 보이는가 싶더니 사라지고 사라지는가 싶더니 다시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유령개미(Tapinoma melanocephalum)가 있다. 이들은 주로 미국 플로리다에 서식하며 몸 크기가 1㎜ 정도 되는 매우 작은 개미다. 유령개미의 군서는 다른 종의 개미와 달리 수천 마리의 일개미와 다수의 여왕개미로 구성된다. 이들은 작은 집을 선호하기 때문에 몇 개의 작은 집을 만들어 온 가족이 몇 개의 집에 나눠 들어가 산다. 또한 다른 종의 개미들과 달리 같은 종일 경우 비록 집이 다를지라도 서로 공격하지 않으며, 심지어 이웃집과 통합하기도 한다.
이들은 야외에서는 토양, 나무의 줄기, 썩은 나무 또는 통나무 밑이나 속에 집을 짓고 살지만 먹이 획득의 용이성 및 온도의 쾌적함 때문에 가정집에 들어와 살기를 좋아한다. 일단 이들이 가정집에 들어오면 벽의 틈, 가구 속, 벗어 놓은 옷가지를 포함해 거의 전역에 서식처를 만든다. 이들은 페로몬(화학물질)을 이용해 야외에 있는 서식처와 가정집의 서식처를 연결해 도로를 건설했다. 이 도로를 통해 이들은 야외의 서식처를 별장으로 삼고 가정집을 주 거주지로 삼아 손쉽게 드나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이 유령이란 이름을 갖게 된 이유는 부분적으로 어둡고 밝은 몸의 색깔 때문이다. 머리와 가슴은 흑색이고 배는 투명하거나 회색이어서 이들이 떼를 지어 신속히 움직이면 눈에 아른거리기 때문에 유령처럼 보인다. 이들이 집단으로 행동할 때면 몸의 부분적인 색깔 차이와 반사하는 빛의 각도 차이 때문에 방안 벽에서 보이던 유령의 물결이 천장에서 보이는가 하면 창문에서 본 유령의 물결이 카펫에서 보이는 것으로 착각을 일으키게 해 사람들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한다.
요즈음 연일 30도가 넘는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럴 때면 납량특집이라도 보면서 더위를 식히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전대미문의 소름 끼치는 사건이 비무장지대를 지키는 GP에서 발생했다. 주인공은 흰옷을 입은 유령이 아니라 국방의 의무를 띠고 최전방 비무장지대를 지키는 초병이었다. 이 주인공은 같은 초소의 전우들이 잠자고 있는 침상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소총을 난사해 직속상관 초소장을 포함한 8명의 상급자를 사살하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초병이었다. 필자는 이미 3월 11일 '무사개미는 보병전투의 전술교과서'란 제목의 글에서 무사개미의 투철한 책임감과 용맹성을 본받게 해 일부 병사의 나약함을 극복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호소한 바 있다. 다시는 이와 유사한 사건이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도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이 필요한 때다.
김병진 원광대 교수.곤충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