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이야기] 금강모치 [뉴스메이커 1998-08-06] [토종 이야기] 금강모치
[뉴스메이커(경향신문사) 284호 1998-08-06]
금강모치 (사진: 이학영)
빼어난 몸매에서 나오는 요란스런 짝짓기 압권
금강산 계곡서 처음 발견 ... 세계 유일의 희소종
이학영 (한국자생어종연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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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1년에 한번뿐인 황금같은 휴가. 그러나 민물고기에게 여름은 생사가 갈라지는 운명의 계절이다. 물이 고인 곳에는 으레 투망꾼이 삼삼오오 몰려들어 투망을 즐기고 치어와 성어를 가리지 않고 포획해 씨를 말린다.
하천 중.상류의 깊은 물에 사는 물고기보다 피서객이 즐겨 찾는 수심이 낮은 계류의 물고기가 더 큰 피해를 입는다. 이런 곳에 서식하는 어종은 대부분 오염이 되지 않은 일급수나 이급수에 사는 희소종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둑중개, 열목어, 심지어 천연기념물인 어름치도 잡고기 취급을 받으며 매운탕이나 소금구이용으로 희생되는 게 현실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서식하는 금강모치도 이들 물고기처럼 여름이면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물고기다.
몸길이 10cm를 넘는 개체가 드물 정도로 소형종인 금강모치는 몸이 옆으로 길쭉하고 비교적 큰 눈과 뾰족한 주둥이를 가졌다. 꼬리지느러미가 깊이 갈라지고 등지느러미는 삼각형 모양으로 버들치와 비슷하지만 금강모치라는 이름에서 보듯 버들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태를 지니고 있다.
버들치보다 상류 지역에 사는 금강모치는 한 여름에도 수온이 20도를 넘지 않는 심산유곡에서 산다. 주로 물의 중층에서 노닐며 수서곤충이나 갑각류 등을 먹이로 한다. 보통 때의 몸 색깔은 담황색. 등 부분으로 갈수록 진하고 배 쪽은 누런 빛깔을 띠고 있다. 등 쪽에는 몸을 가로지르는 반사띠가 한 줄 있으며 그 아래로 적갈색 줄무늬가 한 줄 흐르고 있다. 번식기에는 이 부분이 아름다운 적황색으로 물들어 계곡의 풍치어(風致漁)로 한껏 멋을 낸다.
번식기의 금강모치는 수백 마리가 실타래처럼 어울려 여울의 자갈에 산란을 한다. 이때 보여주는 요란스런 짝짓기는 압권이다. 등쪽에 흩어져 있는 은빛과 금빛 반점들이 햇살에 반사돼 마치 잘 만든 금속공예품이 물 속에서 찰랑거리는 느낌을 준다.
금강모치라는 이름은 이 물고기가 금강산 계곡에서 처음 발견됐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 전해진다. 북한 일부 지역과 남한의 한강과 금강 수계에 극히 드물게 서식했으나 최근 금강에서는 발견하기가 힘들어졌다. 현재는 강원도 인제, 평창, 정선 등의 청정수역에만 소수가 은둔하듯 살고 있다. 환경부에서 보호어종으로 지정했지만 주민이나 행락객의 식별 지식이 부족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 가을부터는 금강산 관광이 국내인에게도 허용된다는 보도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금강산의 빼어난 절경을 감상할 수 있게 돼 더 없이 기쁘지만 내심 걱정이 앞선다. 금강산이 관광지로 개발되고 수많은 관광객이 계곡을 누빌 때 금강모치의 서식처는 과연 온전할 수 있을까. 한국의 금강 수계에서처럼 금강모치가 금강산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