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소
(http://www.ngodoore.com/dr2000_01/insect.html)
빅해철
두레생태기행연구위원, 곤충학
우리말로 "하늘소"란 이름이 언제 붙여졌는지 자세히 아는 이가 없다. 다만 이 곤충의 한자 이름이 천우(天牛)로 되어 있기에 이를 그대로 번역하여 붙여진 이름일 것으로 필자는 추정한다. 즉, 한자로 "하늘"을 가르키는 천(天)과 "소"를 뜻하는 우(牛)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이름인 것이다. 그럼 왜 그 두 단어를 결합하여 곤충 이름으로 삼을 것일까 상상해 보자.
우선 하늘소란 곤충의 생김새를 보자. 앞에서 얼굴을 보면, 삼각형으로 이마는 편평하면서 넓적한데다 큰 눈과 아래쪽에 쭉 째진 큰 입을 갖고 있어서 우리 한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더군다나 긴 더듬이는 한우의 뿔을 대신한 것과 같다. 모습이 닮았을 뿐 아니라 먹고 소화시키는 방식도 소와 닮았다. 소는 풀을 뜯지만 하늘소의 애벌레는 나무 공에서 목질부를 먹는다. 둘 다 사람으로는 소화시킬 수 없는 셀룰로즈(cellulose)라는 섬유소를 먹는 것이다. 하면, 왜 하늘이 붙었을까? 두 가지 상상이 가능하다. 하나는 큰 종류의 하나인 참나무하늘소와 같은 종들은 거목의 몸통 머리를 위로하여 붙어 있으면, 마치 하늘을 향한 소처럼 보였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땅에 있는 소와는 달리 하늘소는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어서 하늘소라고 하지 않았을까?
북한에서 부르는 이름과 남한의 방언
북한 사람들은 남한에서 하늘소라 부르는 곤충을 "돌드레"라고 한다. 왜 돌드레라 하였을까? 하늘소보다 연유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이름인 것이다. 하늘소 무리는 대부분이 나무에 사는지라 몸은 가늘더라도 길고 튼튼한 다리를 갖고 있다. 그 다리로 높은 나무를 잘 기어다니며 강풍과 같은 외부의 압력에도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꽉 잡는 힘을 갖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시골에서 자란 어른들은 지금도 하늘소를 보면, "돌드레", "돌다리", "돌집게"라고 하고 어떤 이는 "돌드레미"라고도 부른다. 이 분들은 오히려 하늘소라고 하면 잘 모른다. 예전의 아이들 생활은 지금에 비해서 매우 단조로웠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곤충들도 훌륭한 장난감이 되었다. 나무에서 하늘소를 잡은 아이들은 긴 더듬이를 잡고 곤충의 발 가까이 돌을 가져다주면, 다리로 움켜쥐어 번쩍 들게 하는 놀이를 즐긴 것이다. 누구의 하늘소가 더 큰돌을 드는지 내기도 하면서. 이런 하늘소의 행동은 사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필사의 노력인 것인데 어린이들은 제 몸보다도 무거운 돌을 6개의 발로 들어올리는 것을 신기해하며 놀았던 것이다. "돌드레"라는 북한에서 부르는 이름도 이런 연유에서 생긴 하늘소의 지방명일 것이다. 방언사전에서 하늘소의 방언을 찾아보면, 남한지역에서는 하날소, 하날쏘, 하널소, 하눌소, 하늘쏘, 하늘새, 하늘쏘, 하늘찍께, 찝께, 찝개 등으로 불리웠다. 이 이름들은 대부분 하늘소가 약간 변형된 것일 뿐이다.
서양에서 부르는 이름
하늘소의 영어 이름은 롱기콘비틀스(longicorn beetles) 또는 롱혼비틀스(longhorn beetles)이다. 둘 모두 뿔이 긴 딱정벌레란 뜻이다. 긴 뿔은 더듬이를 말하는 것이다. 특히 롱혼(longhorn)은 뿔이 긴 소 품종의 이름이다. 즉 동양과 서양 모두 하늘소에서 뿔과 같은 더듬이 뿐 아니라 생김에서 소의 이미지를 읽은 것이 아닐까 한다. 왜 긴 더듬이가 뿔을 연상할까? 사실 딱정벌레 무리 중에서 더듬이가 긴 무리들은 여럿이 있지만 이들의 더듬이는 모두 연약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반면, 하늘소무리는 단단하고 강한 더듬이를 가졌기 때문에 마치 뿔을 연상한 듯하다.
우리의 하늘소 이름을 보면, 조상님들은 높은 관찰력을 가졌던 분들인 것으로 생각된다. 단순히 모습이 닮은 것에서 이름을 지었을 뿐아니라 "돌드레"처럼 행동을 관찰하여 또 다른 이름을 만들 수 있었으니 말이다.
■두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