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는 날아가고 / 곤줄박이 둥지 사진: 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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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캐논 100 마이크로 렌즈.
산중의 10월 새벽, 수은주는 영도 부근에서 맴돈다. 낮에 입는 차림으로 나갔다가
는 감기에 걸릴 게 뻔해 새벽에는 얇은 내의를 입는데, 낮시간에 내복 벗는다는
걸 깜빡 잊고 외출해 '뭔 날씨가 이리 덥담' 투덜댄다. 그리고는 아차, 내복을
입고 나왔네 깨닫는다. 오늘도 마을에 내려갔다가 하도 더워 그댁 화장실에 들어가
내복을 벗어들고 나오니 보는 사람 표정이 야리끼리 하다. 그러나 뭐 야리끼리건
노리끼리건 산에 와서 한 번 살아보라지...
월동준비를 하기 위해 삭아버린 연통을 떼다가 연통 속에 둥지를 틀었던 곤줄박이가
생각나 조심스럽게 철거했다. 안쪽에 알껍데기 두 개가 다정히 놓여있어 한참을
들여다본다.
크기라야 오십 원짜리 동전보다도 작은 곳에서 새끼새가 나왔다니 마냥 신비롭다.
새들은 길짐승처럼 태어날 새끼를 몸 속에 담고 다니지 못한다. 무거우면
날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끼들에게 이소(둥지를 떠나는 것) 준비를 시키느라 먹이를 물고 밖에서
새끼들 유인하던 어미의 지극정성스런 모습이 눈에 선하다.
숲에 사는 작은 새 한 마리에게서도 삶의 방식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