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에게 젊음을 선물하는 강낭콩바구미 [과학기술동향 2005/09/21] 암컷에게 젊음을 선물하는 강낭콩바구미
[과학기술동향 2005/09/21]
정보출처 http://techtrend.kisti.re.kr
교미 후 암컷의 노화가 늦춰진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웁살라대학교의 G??ran Arnqvist가 이끄는 연구진은 콩바구미의 일종인 Acanthoscelides obtectus 암컷이 교미 후 수명이 더 길어진다는 사실을 영국왕립학회지(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온라인 최신호에 발표하였다. 교미할 때 수컷의 정자와 함께 수명연장 물질이 암컷에 제공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암컷의 수명이 늘어나게 되면, 더 많은 자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수컷에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생식(reproduction)은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번 발견은 적잖은 놀라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면, 생식능력을 상실한 생쥐 수컷은 테스토스테론의 작용이 없어서 더 오래 산다. 또한 일반적으로 노화는 진화압을 강하게 받지는 않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왜냐하면 자식이 생겨난 이후, 즉 유전자가 이미 전달된 이후에 늙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30세에 아이를 낳을 경우, 70세에 늙게 만드는 유전자는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유전자가 이미 자식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식과 수명연장 둘다를 가능하게 하는 예가 이번에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바구미를 사육하면서, 이른 시기에 번식하는 계통과 늦은 시기에 교미하는 계통을 따로 선발하였다. 이른 시기에 번식하는 계통은 새끼의 보금자리로 사용되는 콩을 마음껏 제공해주어 선발하였고, 늦은 시기에 번식하는 계통은 암수가 10일 동안 함께 있은 이후에나 콩을 제공하여 선발하였다.
이들 서로 다른 계통의 수컷이 보통 암컷과 짝짓기를 할 때, 늦은 시기에 번식하는 수컷과 교미한 암컷은(평균 18.7일) 이른 시기에 번식하는 수컷과 교미한 암컷(평균 17.9일)보다 오래 살았다.
암컷의 수명이 어떻게 연장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다만 수컷의 정액에 암컷의 건강과 활력을 증진시키는 '특효성분'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하지만, 곤충의 정액에는 수 많은 단백질과 펩타이드가 복잡하게 섞여 있어서 이를 밝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 특효성분이 무엇이건 간에 이른 시기에 번식하는 수컷은 굳이 '특효성분'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교미한 암컷이 바로 새끼를 낳기 때문에, 교미한 암컷이 일찍 죽더라도 수컷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른 시기에 번식하는 몇몇 곤충들은 오히려 암컷의 수명을 단축시킬 지도 모른다. 암컷을 노리는 다른 수컷 경쟁자들 때문이다. 예를 들어 Drosophila 초파리 수컷은 자신과 교미한 암컷에게 다른 수컷이 임신을 시키기 힘들도록 만드는 단백질을 정액에 담아 전달한다고 한다. 암수가 주고 받는 게임을 하는 일반적인 경우에 이러한 불행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늦은 시기에 번식하는 바구미처럼 운 좋은 놈들은 아마도 특이한 경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