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이야기] 각시붕어 [뉴스메이커 1998-06-11] [토종 이야기] 각시붕어
[뉴스메이커 1998-06-11]
사진: 각시붕어 암컷 (사진 : 이학영)
[시사주간지 "뉴스메이커" 276호]
각시붕어 암컷 연지 곤지 연상되는 예쁜 몸 색깔 눈길
끈질긴 생명력 . 대가족 군락 생활 우리 민족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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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 동자개, 꾸구리, 돌고기, 흰줄납줄개 …. 토종 민물고기 중 에는 이처럼 특이하고 예쁜 이름을 가진 물고기가 많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각시붕어를 가장 예쁜 이름을 가진 물고기라고 생각한다. 왜 이 물고기의 이름 앞에 '각시'라는 단어가 붙었을까. 붕어와 비슷한 모습이면서도 파랑, 빨강 등 예쁜 몸 색깔이 마치 연지, 곤지를 찍고 시집 가는 새색시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여준 것이 아닐까.
각시붕어는 우리 나라 특산종으로 경골어류 잉어과 납줄개아과에 속하는 물고기이다. 물살이 빠르지 않고 수초가 무성한 강 언저리나 개천, 호소에 널리 분포하며 몸길이가 5cm 안팎에 이르는, 크지 않은 물고기이다. 이름에 붕어라는 단어가 붙었지만 잉어과 잉어아과의 붕어와는 다른 종이다. 몸은 매우 납작하고 체고가 높으며 몸 옆으로 가는 청색띠가 새겨져 있다. 등지느러미 시작 부분에 검은 반점이 있는데 어린 개체일수록 그 색깔 이 짙다.
납줄개아과에 속하는 여느 물고기처럼 각시붕어도 암컷과 수컷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수컷은 아감덮개(아감딱지) 뒤에 조그마한 청색 반점이 있고 뒷지느러미 끝부분이 검은 색을 띤다. 특히 4 ~ 6월 번식기의 수컷은 머리와 배쪽이 분홍색 또는 주황색으로 화려하게 물든다.
암컷도 꼬리 지느러미에서 몸 중앙에 이르기까지 파란 띠가 나 있으나 그 농도가 수컷처럼 진하지 않다. 각시붕어의 암컷과 수컷을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은 번식기에 몸 길이만큼 길게 뻗어 나오는 산란관이다. 가슴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 사이에 나타나는 암컷의 산란관은 서식 장소에 따라 그 색깔 이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회갈색에 가깝다.
각시붕어는 이름도 예쁘지만 우리 한민족과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어 더욱 애정이 가는 물고기이다. 우선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살고 있는 특산종이다. 작고 약해 보이지만 오염으로 혼탁해진 3급수에서도 잘 견디는 특성이 우리 민족의 끈길긴 생명력과도 닮았다. 우리네 어머니들이 어린 아이를 포대에 업고 애지중지 길렀듯이 각 시붕어도 조개의 몸 속에 알을 낳고 깨어난 치어는 포근한 조개의 속살에서 안전하게 자라게 한다. 이뿐만 아니다. 파랑, 빨강, 검정, 하양의 4가지 색이 잘 배합된 각시붕어의 단아한 몸맵시와 그 몸을 가로지르는 청색띠는 태극기를 떠올리게 한다.
번식기를 제외하고는 대가족처럼 군락을 이루고 사는 것도 우리 민족의 전통과 유사하다. 조개에다 새끼를 맡기는 대신 조개의 유생도 자신의 몸에 달아 널리 퍼뜨리 는 등 도움을 받고 보답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점도 우리의 민족성과 닮았다. 이처럼 사랑스런 각시붕어가 우리 곁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학영 (한국자생어종연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