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견, 꼬리없는 아우성 "난 토종!" 댕견, 꼬리없는 아우성 "난 토종!"
뭉툭한 얼굴에 축 처진 귀, 있는 듯 없는 듯 구색만 갖춘 꼬리. 국내 토종견 임에도 불구의 개로 인식, 한때 멸종위기를 맞았던 댕견의 첫인상이다.
댕견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개와 달리 천골(척추의 하단부에 있는 이등변 삼각형의 뼈)이 없어 꼬리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꼬리뼈 마디가 2개 정도밖에 없다는 점이다.
꼬리가 없는 대신 다리와 목·가슴·후각이 특히 발달해 있고 몸이 유연하고 민첩하다. 수렵능력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냥견으로 알려져 있지만 집안에서는 낯선 사람을 봐도 잘 짖지 않고 사람 말을 잘 들어 일부 지역에서는 '바보개' 취급을 받곤 한다.
댕견은 사냥터에서 진가를 드러낸다. 댕견은 집단을 이루면 자동적으로 서열이 정해진다. 사냥에 투입되는 순간 서열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멧돼지를 사냥할 때는 대장견이 멧돼지의 목을 문 다음에야 서열이 낮은 개들이 멧돼지의 뒷다리를 문다고 한다. 또한 주인이 물러서라고 명령하면 바로 물러설 줄도 안다.
현재 국내에서는 진돗개와 풍산개·삽삽개 정도만 토종견으로 인정하고 있을 뿐 댕견을 토종견으로 인정하는 데는 인색하다. 그러나 댕견이 우리 고유의 토종견이라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잘 뒷받침된다. 조선 순종 때 간행된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12권의 고려 때 조항에 '이상한 개(狗異)'가 적혀 있는데 "동경(경주의 옛 지명)의 지형은 머리만 있고 꼬리가 없는 형상인 까닭에 그곳에서 태어난 개는 꼬리가 없는 것들이 많았다. 그리하여 속언으로 꼬리가 없는 개를 '동경개(東京犬)'라고 한다"고 돼 있다.
<동국어록(東國語錄)>에도 '동경구(東京狗)'라고 돼 있다. 경주를 동경(東京)이라고 부르던 고려시대 경주에 이 개가 특히 많아 붙은 이름이라는 것이다.역사적 문헌에 기술된 사실 외에도 댕견이 우리 고유의 토종견임을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증거는 민화 속에 그려진 토종견들의 모습이다. 민화에 등장하는 견공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귀가 처지고 얼굴이 두루뭉술하다.
또 꼬리가 짧거나 아예 없는 모습의 견공도 자주 등장해 댕견이 토종견으로 광범위하게 사육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댕견은 지역 사투리에 따라 그 이름도 달리한다. 경상도에서는 '댕갱이', 전라도에서는 '동개', 강원도와 경기도에서는 '동동개'라고 불린다.70년대 근대화 작업이 이뤄지면서 똥개나 토종개들보다 외국산 견공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왔다.
뒤늦게 우리 것을 되찾자는 움직임이 이는 와중에 토종개를 찾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존재가치를 알린 댕견. 그러나 댕견은 개체수가 워낙 적어 극소수의 애견동호인에 의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구성면에서 건축자재 제조업을 하고 있는 강진웅(37)씨는 공장한 켠에서 꼬리가 없는 희귀견인 `댕견´ 30마리를 키우고 있다. 씨는 "조선 순종때 간행된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제12권 지지(地志)편에 `동경(東京:지금의 경주)에 꼬리가 없거나 짧은 개들이 많이 태어나 동경개(東京犬)라 불린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시대 문헌인 동국어록(東國語綠)에도 `단미나무미를 지닌 것은 동경견이라 한다´고 기술되어 있다"고 밝혔다.
강씨는 이와같은 고문헌을 바탕으로 `댕견은 진돗개나 풍산개, 삽살개와 같은우리나라 고유 토종견으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여야 한다´며 뜻을 같이 하는 애견가들과 함께 댕견 보호운동을 펴고 있다. 강씨는 우선 용인시에 댕견을 시보호물로 지정해 줄것을 요청했으며, 내년 초부터 전남대와 전북대의 방사선·해부학과 교수진에 의뢰, 댕견의 해부학적, 생물학적연구를 벌일 계획이다.
강씨가 키우는 댕견을 진단한 조성진(32.수의과 박사.애견병원 원장)씨는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꼬리없는 개는 모두 비정상적인 개였으나 댕견은 몸에 아무런이상이 없는 정상적인 개"라며 "댕견은 외국에도 보고된바 없는 진기한 사례"라고밝혔다. 강씨는 "댕견을 키워본 결과, 구조견이나 안내견뿐 아니라 사냥견으로도 활용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국에 1백여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댕견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애견길잡이(펫가이드) http://www.petguid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