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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청개구리는 비 오는 저녁 시냇가에서 목놓아 웁니까?
[출처: 환경리포트 1994년 5-6월호{통권 제 8 호)]
청개구리는 깨끗하고 귀엽습니다
청개구리 하면 무엇이 먼저 생각나십니까? 나뭇잎에 앉은 녹색의 작고 귀여운
모습으로 떠 오르십니까? 아니면 시키는 일을 반대로만 하다가 제 어미의 산소를 잃고
운다는 청개구리에 얽힌 전래 동화가 생각나십니까?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말썽꾸러기 를 일컬어 우리는 청개구리라고 합니다. 반대만 일삼는 이를
'저 청개구리 같은 놈'이라고 경멸하기도 합니다.
청개구리는 비 온 후에 운다고들 말합니다. 정말로 청개구리는 비 오는 날 저녁
시냇가에서 목놓아 울까요? 제 어미의 산소를 잃어서? 어째서 귀여운 청개구리에게
그런 명예스럽지 못한 우화가 전래되었을까요?
텔레비전의 농촌 드라마에서 저녁 식사 후 과일을 나누며 식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때 멀리서 들리는 개구리 소리가 바로 청개구리 소리입니다. 요즘
농촌에 가보면 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청개구리는 우리 나라에 서식하는
11종의 개구리 중 체구가 가장 작은 종임에도 불구하고 울음소리는 가장 큽니다.
칠흑 같은 밤 쏟아지던 비가 멈추었는 데 논에서 들리는 청개구리 소리가 하도
우렁차서 아직도 비가 내리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 입니다. 이런 울음소리가 마치
어미 잃어 목놓아 우는 불효자의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체구는 작지만 울음소리가 우렁찬 수컷 청개구리
청개구리는 보통 동면에서 깨어나는 4월 중순부터 울기 시작하나 모내기를 위해
논에 물을 모으는 5월 중순 이후 본격적으로 울며 장마철까지 웁니다. 밤에 주로
울며, 우는 개체는 모두 수컷입니다. 암컷을 부르는 소리입니다. 수컷은 목의
앞부분에 울음주머니가 하나 있어 그 울음주머니를 한껏 부풀리며 울음소리를
냅니다. 크게 부풀었을 때의 울음주머니 크기는 자기 몸뚱이의 크기를 능가합니다.
주위에 다른 수컷이 울면 질세라 목청을 높이는데 회중전등으로 비추어 바라보는
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울기만 합니다. 손가락으로 등을 꼭 누르면 눌리어진 자세로
기를 쓰며 울어댑니다. 번식을 위한 몸부림입니다.
그렇게 시끄럽던 논도 새벽녘이면 조용해지는데 논둑 주변의 모에 수면 가까이
20개 정도로 느슨하게 붙은 청개구리 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알은 매우 작아 지름이
1.5밀리미터 내외입니다. 청개구리는 한 배에 약 300개에서 500개의 알을 갖는데
알을 낳을 때는 암수 개체가 포접된 상태에서 돌아 다니며 여러 개의 모에 산란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산란된 알은 끈기가 없어 건드리면 모에서 논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장마가 끝나 무더운 8월경 논둑을 살피자면 풀 섶에 붙어 하루살이나
작은 거미 등을 노리는 갓 변태한 1센티미터 미만의 어린 청개구리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실로 깨끗하고 귀여운 생명입니다.
수원청개구리는 우리 특산종
우리 나라에 분포하는 청개구리는 두 종입니다. 두 종을 구별 없이 청개구리라고
부르나 4월 초부터 6월 중순까지 우는 종이 청개구리로 우리 나라를 비롯한 극동
아시아에 널리 분포합니다. 이에 반하여 우리 나라 특산종인 수원청개구리는 분포
지역이 협소하여 5월 중순 부터 7월 중순까지 경기도 일대의 낮은 평야 지대에서만
그 모습을 볼 수 있고 그 개체수도 현저히 적습니다. 형태적으로 구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유사한 두 종은 같은 논에서 울고 산란함에도 불구하고 자연
상태에서 잡종이 전혀 발생되지 않습니다. 이는 흥미롭게도 번식 시기와 다르고
울음소리와 행동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청개구리 수컷은 수면 근처의 논둑에
앉아 논둑을 바라보며 우는데 수원청개구리는 어느 정도 자란 모를 네발로 붙들고
앉아 우는 습성이 있습니다. 울음소리의 차이도 뚜렷하여 청개구리는 낮은 옥타브의
빠른 템포로 바삐 우는데, 수원청개구리는 금속성의 날카로운 소리로 더딘 박자로
웁니다. 수원청개구리가 우는 시기에 청개구리도 보통 함께 우는데 처음 듣는 이도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청개구리는 짝을 구할 때 상대의 얼굴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상대의 노래와 무대메너를 고려하는 모양입니다.
우리나라 특산종인 수원청개구리가 서식하는 지역은 수도권입니다. 최근 들어
수원청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워졌습니다. 수도권의 인구 집중화로 인한
도시의 팽창으로 주변의 논이 주택단지로 탈바꿈한 결과 수원청개구리의 서식지가
위축되었고 생활 하수와 공장 폐수가 논에 스며들어 서식지가 오염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수원청개구리는 수원역 근처의 농촌진흥청 시험장 논에나 가야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각종 농약과 화학비료로 인해
해마다 개체 수가 줄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원시의 도시화 압력이나 정부의 농정
위축으로 만일 수원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시함장 논이 폐쇄된다면 수원청개구리는 더
이상 이 땅에 생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 다른 한국 특산종이 멸종되는 것입니다.
개구리 소리 그윽한 자연이 살아야 우리도 삽니다
자연의 도움이 없으면 한시라도 생존할 수 없는 자연의 산물인 우리 인간은 자연을
느끼며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선율이라고 해도 자연의 소리만큼 편안함을 주지 않습니다. 자연의 숨결,
즉 새소리, 풀벌레 소리 그리고 개구리 소리 그윽한 농촌을 살려야 자연도 우리
인간도 삽니다.
최근 UR이다, 쌀 수입 개방이다 하여 우리 쌀이 우리 농촌이 해체될 위기에
빠졌다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 우리 쌀은 지켜야 한다, 우리
농촌을 살려야 한다고 의지를 높이고 있 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모두의
노력으로 우리 농촌을, 우리 쌀을 지켜 우리 생명과 주권을 지켜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자연도 삽니다. 우리 나라의 특산종인 수원청개구리도 삽니다.
이는 논이 환경에 주는 생태적 이익을 여러 가지 측면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수원청개구리를 보호해야 합니다. 우리 나라의 특산종인 수원청개구리가 서식할 수
있는 우리의 환경을 보존해야 합니다. 수원청개구리가 살 수 없는 환경이라면 결코
우리 한국 사람이 살기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박병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