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가 기차만큼 커질 수 없는 이유는?
[출처 :
http://www.nature.com/science update/ : 1998년 06월 04일]
왜 지렁이가 기차처럼 크지 않을까? 이 질문은 지렁이가 크기가 다양한데도 어떻게
같은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가에 관한 최근의 연구결과에 비추어보면 제기될 수 있는
적절한 질문이다.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의 킴 퀼란과 동료들은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완전히 자란
지렁이(Lumbricus terrestris)는 그 크기가 8g 정도 되는데 0.01g 밖에 안되는
어린 지렁이와 그 모양과 구조가 똑같고 차이는 오직 크기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게는 만 배 이상이나 차이 나는 지렁이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것이다. 그렇다면 왜 기차만큼이나 큰 지렁이는 없는 걸까? 퀼란은 여러 가지
종류의 골격 구조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였다. 쥐, 사람 및 코끼리 같은 포유동물은
뼈라는 내부 골격 구조물이 있다. 이들은 크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게 때문이다. 크기가 커지면 무게의 증가는 크기의 증가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큰 동물은 그 무게를 굵은 뼈를 가지는 것으로 보상한다. 이것이 왜 코끼리의 뼈가
왜 굵은 기둥 모양을 하고 있는가 하는 이유다. 만약 코끼리 뼈가 사람이나 말의
뼈처럼 가늘다면 한 걸음도 걷기 전에 부러져 버리고 말 것이다. 뼈 같은 골격
구조물을 이용하는 동물은 그 크기를 변하게 하기 위해서는 모양을 변화시켜야 한다.
고층 빌딩 만한 크기의 공룡은 지구의 중력 하에서 그리 오래 살지 못했을 것이다.
같은 원칙을 지렁이에게 적용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지렁이는 크기가
천차만별이지만 같은 모양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기차크기만한
지렁이는 없는 걸까? 대답을 듣기 전에 조금만 더 참아보자. 퀼란은 뼈 구조물을 가진
동물과는 다르게 액체를 이용한 골격 구조를 가진 지렁이와 같은 동물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액체 골격 구조의 경우에는 근육이 자루를 형성하여 그 속에 액체를
포함하고 있으면서 적당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근육을 조여서 그 속의 액체를 옆으로
보냄으로써 필요에 따라 단단하게 하거나 말랑하게 하거나 한다. 액체 골격은 다양한
동물과 식물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지렁이의 경우가 아마도 가장 단순하여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액체 골격 구조에서는 크기가 변함에 따라 모양을 바꿀 필요는 없다. 크기의
변화는 내부 압력을 적절히 변화시키면 모양의 변화없이 수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지렁이는 하늘 끝까지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왜 기차처럼 큰 지렁이는
없는 걸까? 그 이유는 아마도 크기가 커짐에 따라 중요해지는 다른 요인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요인은 동물의 골격을 구성하는 측면과는 다른 문제일 것이다.
이유는 바로 부피는 길이의 세제곱만큼 커지지만 표면적은 길이의 제곱만큼만 커지기
때문에 큰 동물이 작은 동물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표면적이 더 작을
것이다. 지렁이처럼 피부로 호흡하는 동물은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율이 크기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몇몇 열대지방 지렁이는 길이가 수 미터이지만 그 두께는 그리
두껍지 않다. 이 지렁이는 얇지만 표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매우 긴 모양을 하고 있다.
호흡하기 힘들다는 이유 이외의 또 다른 요인들이 크기를 제한할 것이다. 내부의
액체 압력 외의 다른 골격 구조가 없다면 자신의 무게를 지탱하는데 문제가 생길
것이다. 열을 발산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보통 큰 동물은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율이 작기 때문에 대부분 열을 발산하는데 문제가 있지만 특별히 굴을
파는 동물에 있어서 굴을 팔 때 마찰에 의해 생기는 열을 발산해야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몸체의 직경이 커짐에 따라 굴을 파는데 드는 에너지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굴을 파는 것 그 자체도 극도로 힘든 일인데
말이다. - (o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