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의 발자국
[출처 :
http://www.nature.com/science/ : 1998년 08월 06일]
바다 밑에 사는 많은 해저생물들은 바다 속 땅 위를 걷거나 발을 붙이고 있기
위해서 끈적거리는 물질들을 분비한다. 조개를 비롯한 몇몇 생물들은 시멘트같은
영구적인 접착성 물질을 분비하는 반면에 어떤 생물들은 이동을 위해서 일시적으로
접착력을 갖는 물질을 분비한다. 불가사리(Asteroidea)는 이 두 가지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물질을 분비한다. 단단한 접착력을 지니며 반영구적이지만,
일시적인 부착을 위한 물질이다. 때문에 과학자들이 이 물질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지만 아직껏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벨기에
해양생물연구소의 패크릭 플래밍 박사와 그 동료들이 불가사리의 '발자국'을 분석,
미스테리를 풀었다는 소식이다.
불가사리는 빨판처럼 생긴 다리에 두 개의 분비선이 있어서, 두 가지 물질을
분비한다는 가설이 제시되었다. 하나는 땅에 달라붙기 위한 물질이고, 다른 하나는
달라붙은 것을 떼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 동안 두 개의
분비선에 대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플래밍 박사팀은 불가사리가 두 가지가
아니라 세 종류의 분비 세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최신호에 발표하였다. 세 개중 두 개는 땅에 붙기 위한 물질을 분비하고
나머지 하나가 떨어지기 위한 물질을 분비한다.
보통 사람들에게 불가사리의 발자국이라는 말은 상당히 기묘하게 들린다. 하지만,
실제로 불가사리가 달라 붙었던 곳에는 디스크 모양의 얇은 필름이 쌓인다. 이
발자국은 물에 녹지 않으며, 완전히 말리면 고동색의 가루가 된다. 불가사리의 발은
네 겹의 조직이 유체가 차있는 관을 감싸는 구조로 되어 있다. 안쪽에 내막과 결합
조직이 있고, 그 위를 지나가는 신경망은 바깥쪽에 있는 외피와 보호 표피 조직에
의해서 보호된다. 플래밍 박사 팀은 외피 조직에 접착성 물질을 분비하는 두 종류의
분비세포들이 뭉쳐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들은 발자국의 주성분을 이루는 두
가지 물질을 분비하며, 이 둘을 바로 섞으면 접착성을 띠게 된다.
접착성 물질은 주로 탄수화물과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불가사리의
표피조직과는 이온결합을 통해서 결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접착성 물질 내부의
강도는 '다이설파이드 결합(disulfide bond)'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세 번째 분비
세포는 일종의 효소를 분비해서 접착성 물질을 표피 조직으로부터 떼어버리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불가사리가 지나간 곳에는 접착성 물질로 이루어진 발자국이 남게 되는
것이다. - (o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