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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똥구리는 똥을 먹을까? .. 쇠똥구리 생태연구
[출처 1998. 7. 28 과학 /
한계레신문]
우마차가 삐걱거리며 다니던 시절, 길바닥 여기저기 펑퍼짐하게 내지른 똥무더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선 작은 자연의 경이가 펼쳐졌다. 풍뎅이들이 배설물을
경단으로 빚어 어디론가 바삐 굴려가는 것이다. 지금은 정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쇠똥구리가 그들이다.
아프리카는 쇠똥구리들의 천국이다. 약 2천종의 쇠똥구리들이 분뇨처리 전문가로
활약한다. 아프리카의 초원지대에는 수많은 코끼리와 얼룩말, 영양, 코뿔소 등
초식동물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배설물을 내놓는데도 파리나 구더기를 보기 힘들다.
막대한 양의 배설물은 파리가 쉬를 슬 틈도 없이 이들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쇠똥구리들은 자기가 담당하는 종의 동물 주변 나무에서 머물다 `물건'이 땅에
떨어지기 무섭게 냄새를 맡고 출동한다. 케냐 크루거국립공원에서는 코끼리 똥
한무더기에서 무려 7천마리의 쇠똥구리가 발견돼 연구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들은
배설물을 경단으로 만들어 굴려간다. 경단의 크기는 대개 자기 몸무게의 50배가
넘는다. 이때 눈이 맞은 암컷이 끼어드는데, 수컷은 삽처럼 생긴 주둥이로 배설물
덩이를 떼어내 씨앗이나 이물질을 골라내고 매끈하게 다듬은 다음 뒷다리로
굴리는 힘든 일을 도맡는다. 암컷은 경단 위에 올라가기도 하지만 굴릴 방향을
지시하거나 잔소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구덩이를 파고 경단을 넣은 뒤 암수는
짝짓기를 하고 경단 가운데에 알을 하나 낳는다.
쇠똥구리는 똥을 먹지 않는다. 나무진 등을 핥을 뿐이다. 그렇지만 알에서 깬
애벌레는 왕성하게 배설물을 먹어치운다. 서아프리카에서 쇠똥구리는 ㏊당 연간
1t의 배설물을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쇠똥구리의 청소능력을 활용하는 나라들도 있다. 목축의 나라 오스트레일리아에는
하루 약 2억개의 똥무더기가 생긴다. 여기에 알을 낳는 덤불파리가 극성을 부린다.
사람에게 덤벼들어 땀과 눈물을 핥아대고 야외에서 고기라도 구울라치면 구름처럼
몰려든다. 호주 정부는 60년대부터 이런 덤불파리를 줄이기 위해 쇠똥구리를 이용하고
있다. 50종 이상의 외국산 쇠똥구리를 들여와 번식시켜 수십만마리를 풀어놓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드니에서는 도심의 골칫거리인 개똥을 제거하기 위해 수입한 쇠똥구리를
퍼뜨리고 있다. 하와이도 가축 배설물 처리에 멕시코산 쇠똥구리를 쓴다.
우리나라에도 심각한 수질.토양오염을 일으키는 가축 분뇨 처리에 쇠똥구리를
이용해보면 어떨까.
동물의 배설물이 쇠똥구리에게만 요긴한 것은 아니다. 케냐에서는 코끼리똥의
섬유질로 종이를 만든다. 화석으로 굳은 멸종된 동물의 똥은 과학자들에게 보물이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6500만년전 공룡세계를 주름잡던 티라노사우루스의 배설물 화석이
발견됐다. 흥미롭게도 배설물에는 잘게 부숴진 초식공룡의 뼈가 들어있었다. 이를
통해 악어처럼 먹이를 대충 삼키지 않고 뼈째 씹어먹는 육식공룡의 습성이 밝혀졌다.
배설물 화석은 먹이가 무엇이었고 소화과정이 어땠는지 등 뼈화석에서 알 수 없는
귀중한 정보를 준다.
미국 네바다의 한 동굴에서 최근 발견된 멸종된 나무늘보의 배설물 화석은 그런
예다.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국제연구팀은 이 화석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당시의
식물상을 알아냈다. 당시 멸종한 매머드나 네안데르탈인의 배설물 화석도 연구
대상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약 1만년전 빙하기 말에 닥친 멸종사태의 원인에
관한 단서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