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들의 겨울나기 작지만 굳세게 버텨요
이 글은 어린이를 위한 자연 생태 잡지인 "까치" 1993년 12월호(웅진출판사)에 실린 글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원본의 일부가 찢겨나가서 전문을 모두 싣지는 못했습니다.

곤충들의 겨울나기
작지만 굳세게 버텨요

바람이 씽씽 부는 추운 겨울날, 어디선가 작은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다. 나뭇가지나 바위 밑, 얼어붙은 땅 속 어딘가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는 작은 곤충들을 만나보자.

글/김현득 기자 사진/이범호(곤충 사진가)

사슴벌레 애벌레 ▶
사슴벌레 애벌레는 나무 줄기의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썩은 나무 속을 파먹는다. 애벌레는 파낸 나무 부스러기로 굴 입구를 막아 개미나 지네 따위의 침입도 막고 추위를 피하는 지혜를 알고 있다.


▲ 도롱이벌레
도롱이벌레는 원래 나무 껍질이나 나뭇잎으로 도롱이를 만들어 그 속에서 산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도롱이를 더 튼튼하게 수리해 둔다. 이 도롱이는 눈이나 비가 와도 습기가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도록 꼼꼼하게 만들어졌다.

지구상에서 곤충이 아주 없는 곳은 없다. 건조한 사막, 바다 한가운데, 해발 6,100미터의 히말라야 산에까지 살고 있을 정도니까. 어떤 곤충은 영하 35도의 남극에서도 살며, 어떤 곤충은 섭씨 50도의 온천 속에서도 산다고 한다. 곤충의 세계에는 놀라운 비밀이 많다. 아주 오래전부터 지혜를 써서 스스로 몸을 지키는 다양한 방법을 익혀 온 곤충들, 이들에겐 사실 한겨울의 추위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곤충들은 추운 겨울이 오는 것을 어떻게 알아차릴까?

곤충은 낮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으로 겨울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나뭇가지나 나무 껍질 속, 바위 밑, 땅 속 등에서 겨울나기를 준비한다. 사마귀 알은 어미가 마련해 준 푹신하고 따뜻한 알집에 싸여 추위를 피하고, 사슴벌레는 나무 속에서 애벌레 상태로 겨울을 난다. 호랑나비는 번데기가 되어 봄을 기다리고 무당벌레는 수십 마리가 한데 모여 겨울을 이긴다. 이처럼 곤충은 제 나름의 독특한 방법으로 추위를 이겨 내며 살아남는 것이다.

겨울이 와도 곤충들은 허둥지둥 서두르지 않는다. 오직 본능이 시키는 대로 추운 바람과 눈을 피할 수 있는 자기만의 은신처를 찾아가 몸을 숨긴다.

진딧물 알 ▶
늦가을이 되면 풀도 나무도 겨울 준비를 시작하기 때문에 더 이상 진딧물의 먹이인 즙을 내지 않는다. 그래서 암컷 진딧물들이 모여 이렇게 많은 알을 한꺼번에 낳아 두고 기나긴 겨울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다.

추위를 이기는 비결


◀ 거미의 알집. 마치 솜뭉치처럼 포근해 보인다.
대부분의 곤충은 가을이 오면 알을 낳고 죽는다. 겨울은 연약한 곤충들에겐 힘겨운 계절이기 때문에 한해살이를 택하는 것이 종족보존을 위한 지혜일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곤충들도 자신의 알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꼼꼼히 준비해 두는 것을 잊지 않는다. 알집은 알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어 추위를 막아주고 번데기도 몇 개의 막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곤충은 사람과는 달리 수백, 수천 개의 알을 낳아둔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험한 환경에서 그 가운데 몇 마리라도 살아 남게 하기 위한 것이다.
◀ 나방의 번데기를 이중으로 보호하는 보호막.


▲ 호랑나비 번데기
찬바람과 눈을 맞으며 어른 나비가 될 준비를 하는 호랑나비 번데기. 적의 눈을 피하기 위해 보호색을 띠고 있다. 봄이 오면 이 번데기에서 아름다운 나비가 탄생할 것이다.

▼ 사마귀 알집
가을이 되면 사마귀 암컷은 배끝에서 끈적끈적한 액체를 내뿜어 알집을 만든다. 그리고 배끝으로 흰 액체를 휘저어 거품을 일으킨 뒤 그 속에 알을 낳는다. 이렇게 거품으로 감싸지 않으면 알이 겨울에 모두 얼어 죽고 말기 때문이다. 알집은 겨울의 차가운 바람과 물기가 스며드는 것을 막아 알을 안전하게 보호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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