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미와 인간⑥ | 능란한 화술, 지능적 의사소통 | |
| 이 글은 월간 과학잡지인 "과학동아"(동아일보사 발행) 1996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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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미와 인간⑥
능란한 화술, 지능적 의사소통
화학경보 울리면 즉시 달려와 침입자 격퇴 최재천/서울대 생물학과 교수 . 동물행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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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프랑스 작가 베르베르의 공상과학 소설 '개미'를 보면 사람들이 개미의 언어를 터득해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생물학이 하루가 다르게 무서운 속도로 발전한다 해도 과연 인간과 개미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대가 올까. 많은 공상과학 소설들이 그렇듯이 '개미'가 보여주는 세상이 전혀 불가능하고 황당무계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개미 못지 않게 고도로 조직화된 사회를 구성하는 꿀벌에게는 이미 가능한 일이다. 꿀벌은 춤으로 의사를 전달한다. 이 꿀벌의 춤언어(dancing language)는 1973년 틴버겐, 로렌츠와 함께 노벨 생리학 및 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폰 프리쉬 박사에 의해 처음 우리에게 알려졌다. 그는 이른바 행태학(ethology)이라는 분야를 정립한 선구자 중 한 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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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화학공장 정탐벌(scout bee)은 꿀이 듬뿍 담긴 꽃을 발견하고 돌아온 뒤 꼬리춤(waggle dance)이라는 독특한 행동을 나타내 꿀이 있는 곳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알려준다. 이 때 꼬리춤을 추는 속도는 거리를 나타내고, 꼬리춤의 방향과 중력 방향의 합성각도는 먹이가 있는 방향을 나타낸다. 이 정보는 꼬리춤에 너무나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사람도 그 춤을 보고 꿀의 출처를 찾아낼 수 있다. 사람이 최소한 벌의 언어를 알아듣는 단계까지 도달한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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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몇 년전 독일 학자들에 의해 벌도 인간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듣게 됐다. 조그만 로봇을 제작해 춤을 추게 만듦으로써 벌들이 미리 정해 놓은 장소로 날아오게 하는데 성공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벌과 인간의 의사 소통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젠 벌들도 인간이 그들의 언어를 터득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우리에게 무언가 말을 걸어올 일만 남은 셈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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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가 냄새길을 그릴 때 사용하는 화학물질은 일종의 페로몬(pheromone)이다. 개미가 만드는 페로몬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개미 몸 속에는 머리 끝에서 배 끝까지 온갖 크고 작은 화학공장들이 모여 있어, 마치 걸어다니는 공단을 보는 것 같다. 냄새길 페로몬(trail pheromone)은 대개 배 끝에 있는 외분비샘 중 하나에서 만들어진다. 이것이 정확히 어느 분비샘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찾아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몇몇 분비샘들을 따로 해부하고 이를 개미집 문으로부터 각각 다른 방향으로 길게 문지른다. 이때 개미들이 먹이를 찾아가게 놔두고 가는 방향을 보면 어느 것이 냄새길 페로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침입자가 나타나면 즉시 경보가 울린다. 페로몬을 분비해 퍼뜨린 것이다. 순식간에 현장에 모인 개미들은 침입자를 능지처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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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동료를 직접 데려가는 모습
1. 일개미가 동료를 만나 안테나로 몇 번 건드린다. 2. 건드리다 앞장서서 동료를 이끈다. |
3. 만일 동료가 길을 놓치면 돌아서서, 4. 입으로 물며 끌어당기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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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따라오면 입에 물어 끌고가 개미들 중 비교적 원시적인 종일수록 몸짓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이 개미들은 자신이 먹이를 발견한 곳으로 동료들을 동원할 때 한번에 한 명 밖에 데려가지 못한다. 일단 동료 일개미를 만나면 안테나로 몇 번 건드린 다음 돌아서서 먼저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그러면 동료 일개미는 앞서 가는 개미의 몸에 닿을 듯 바짝 붙어 뒤를 쫓는다(그림). 때론 뒤따라 가던 개미가 앞서 가는 개미를 놓치기도 한다. 앞서 가던 개미는 동료의 안테나가 자기 몸에 건드려지지 않으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동료를 찾는다. 동료가 잘 따라오지 않을 때는 입으로 물며 끌어당기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을 병렬주행(tandem running)이라 부르는데, 어떻게 이런 비효율적인 의사소통 방법으로부터 냄새길을 놓아 한꺼번에 여러 동료들을 동원할 수 있는 대중 전달 수단이 진화될 수 있었는가는 대단히 흥미로운 연구과제가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