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이야기


사진 : 이학영

버 들 붕 어

이 글은 시사 주간지인 "뉴스메이커" 289호(1998. 9. 10., 경향신문사)에 실린 글입니다.

암컷 독점 목숨거는
사랑의 전사

중국에선 '투어'로 ... 몸 색깔 자유자재로 바꾸기도

이학영 (한국자생어종연구협회 회장)


이중적인 성격은 인간만이 갖고 있을까.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이다. 물고기도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토종 민물고기 중 가장 이중적인 성격을 가진 종을 꼽으라면 버들붕어를 들 수 있다.

버들붕어라는 이름은 버들잎처럼 납작하게 생겼으며 붕어처럼 친숙해서 붙여진 것이다. 농어목 버들붕어과에 속하며 입이 작고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유난히 길다. 꼬리지느러미도 창처럼 뾰족해 여타 물고기와 구별이 용이하다. 몸 색깔은 무척 다양하나 일반적으로 진한 녹색 또는 황색 바탕에 10여 개 정도의 암갈색 반점이 찍혀 있다. 머리 부분에도 작은 반점이 흩어져 있으며 아가미 덮개 위로는 선명한 청색의 타원형 무늬가 있다.

몸 색깔이 아름다워 오색붕어, 비단고기, 꽃붕어, 색붕어라고도 불리는 버들붕어의 이중성은 산란기 때 나타난다. 보통 때는 움직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차분한 이 물고기는 그러나 알을 낳을 무렵이면 암컷을 독점하기 위해 자기 세력권 안에 들어온 수컷과 생명을 건 전투를 벌인다. 거의 한 마리가 죽을 정도가 돼서야 싸움이 끝나는데, 이런 특성을 이용해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투계(鬪鷄)처럼 판돈을 걸고 내기를 하는 투어(鬪魚)로 이용되기도 한다.

번식기는 6 ~ 8월로 수온이 다소 높아질 때 산란을 한다. 이 때 수컷은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커지고 길어지며 몸 색깔이 매우 진해진다. 특이한 것은 산란기 때 보여주는 수컷의 행태다. 수면 주위를 맴돌며 입에서 뿜어낸 거품을 모아 직경 5 ~ 8cm의 거품집을 만들어 암컷을 비늘구멍에 실 꿰듯 동그랗게 감싸안은 채 알을 낳게 한다.

암컷은 물의 부력에 의해 알이 거품집 밖으로 떠나가지 않게 배를 위쪽으로 향하여 알을 낳는다. 산란된 알과 부화된 치어 보호는 수컷의 몫이다. 수컷은 거품집 밖으로 밀려나온 알을 입으로 물어다 다시 거품집에 넣는 철저한 보호 본능도 갖고 있다.

버들붕어는 카멜레온처럼 몸 색깔을 잘 바꾸는 물고기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자유자재로 바뀌는 몸 색깔은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거나 위협하고, 이성을 유혹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조명의 강도에 따라서도 변화가 심하여 서식지에 따라서도 다양한 체색과 지느러미 모양을 갖고 있다.

수초가 우거지고 물살이 느린 수로나 늪, 연못, 소호 등에 서식하는 버들붕어는 오염된 환경에도 잘 적응해 물이 탁한 3급수 지역에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런 강인한 환경 적응력 덕분으로 버들붕어는 국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발견되곤 했다. 그러나 서식처의 수질 오염으로 이제는 보호어종으로 지정돼야 할만큼 개체수가 격감했다. 물살이 느린 지역을 좋아하는 특성 때문에 1 ~ 2급수의 물살 빠른 계류 지역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농수로나 저수지에 살다 농약 등에 노출돼 떼죽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동물그림창고의 버들붕어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