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종 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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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치
이 글은 시사 주간지인 "뉴스메이커" 290호(1998. 9. 17., 경향신문사)에 실린 글입니다. |
참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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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빠르고 몸매 빼어난 하천의 장난꾸러기 참마자와 비슷 ... 고서에서는 눌어란 이름으로 자주 등장 |
이학영 (한국자생어종연구협회 회장) 누치는 강태공들 사이에 흔히 '눈치'로 더 잘 알려진 물고기다. 아마 눈치가 빨라 다른 물고기에 비해 잘 잡히지 않고 눈이 유달리 크다고 해서 붙은 이름일 것이다. '치' 자(字)가 붙은 물고기 치고 맛없는 물고기가 없다는 말처럼 예로부터 좋은 식용재료로 사랑받아 왔다. 누치의 몸 색깔은 전체적으로 밝은 은색이다. 등쪽은 암갈색으로 서식지나 환경에 따라 황백색을 띤 개체도 발견된다. 이는 누치도 비단잉어나 금붕어처럼 개량하면 우수한 관상어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실제 누치의 날렵하고 잘 빠진 몸매에 금빛이나 붉은 빛을 띠는 종을 개발해 낸다면 비단잉어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누치는 몸 중앙에서 조금 위쪽으로 희미한 반사띠가 있어 빛을 받으면 반짝거려 아름답다. 체형은 원통형이면서 납작하고 홀쭉하며 입이 뾰족하게 돌출돼 있다. 눈의 직경보다 짧은 한 쌍의 수염이 달려 있고 양 옆으로 암갈색 반점이 6 ~ 8개 박혀 있어 참마자와 외형상 혼돈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15cm 이상 성장하면 이 반점들은 사라진다. 붕어나 잉어와 달리 누치는 비교적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의 중류나 계류의 깊은 곳에 주로 서식한다. 그러나 요즘은 수질이 다소 양호해진 탓인지 한강이나 금강 등 큰 하천의 하류에서도 낚시에 잘 걸려든다. 알을 낳는 시기는 4월 말에서 5월 사이다. 복숭아 꽃이 아름답게 필 무렵 암.수 누치떼들이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와 수심이 얕은 강변이나 계류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운다. 이 광경은 더 없이 장관이다. 몸과 지느러미를 세차게 흔들어 모래와 자갈을 들쑤시면서 물장구를 치고 물보라를 일으킨다. 이때 통상 암컷 한 마리에 여러 마리의 수컷들이 방정할 기회를 잡으려고 필사적으로 달라붙으며 몸싸움을 한다. 강가 주민은 이처럼 곡우를 즈음해 누치가 알을 낳는 것을 '곡우절 누치가리'라고 부른다. 그러나 누치의 알은 많은 양이 부화하지 못하고 산란과 동시에 다른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 돌고기, 끄리, 피라미, 모래무지가 산란 때면 누치 주변을 맴돌며 알을 먹으려 기를 쓰고 달려들기 때문이다. 누치는 조상들이 낚시와 그물로 즐겨 잡았던 물고기이기에 <전어지> <물명고> 등 여러 고서에 눌어(訥魚)라는 이름으로 자주 등장한다. 눌(訥)자는 말을 더듬는다는 뜻이다. 누치에게 왜 이런 한자 이름이 붙었을까. 눈치라는 고유의 방언을 한자로 썼다면 눈이 큰 물고기라는 뜻의 목어(目魚)나 '눈치보다'라는 뜻의 면어(眄魚)라고 했어야 하지 않을까. 이유가 있다. 누치는 잉어나 붕어보다 아랫입술이 조금 짧다 뻐끔거리는 입놀림이 상대적으로 느리고 입도 크게 벌리지 않아 답답해 보인다. 마치 말더듬이가 무언가 중얼대는 것처럼 느껴져 '눌변(訥辯)'의 물고기로 보일 수 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눌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리라. 누치와 가까운 어종으로 참마자가 있다. 치어 때 두 종은 구별이 잘되지 않을 정도로 닮았다. 참마자는 매자 또는 마자라는 사투리로 불리는데 누치보다 몸집이 작고 입이 더 뾰족하다. 몸 양측의 반점도 누치는 성장하면서 사라지는데 참마자는 없어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