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동식물 멸종 비상
이 글은 시사 주간지인 "뉴스메이커"(경향신문사 발행) 289호(1998. 9. 10.)에 실린 기사입니다.

뜸부기 . 삵 . 할미꽃 ...
'아 옛날이여'

사라지는 동식물 ... 조류 . 포유류 . 곤충 등 멸종 현주소
황새
동요 <오빠생각>에 등장해
어떤 새보다 친근한 뜸부기는
더 이상 이 땅에서 울지 않는다.
따오기도 78년 이후 발견되지 않아
인공복원을 서두른다고.
포유류의 멸종 위기는 조류보다 심각하며
식물계에 닥친 위기도 오십보 백보다.
토종 민들레가 사라졌으며
할미꽃도 이젠
식물도감 속에서나 볼 날이 머지 않았다.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생존위기에 놓인 동식물.
언젠가는 인간 멸종을 부르지 않을까.
그 위기의 현주소를 보자. <편집자>
알락꼬리마도요 남생이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충격적인 자료를 발표했다. 동.식물의 멸종을 다룬 <지구 생물 다양성 평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하루 평균 136종의 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자연보전모니터링센터(WCMC)의 자료는 이보다 더 충격적이다. 자료에 따르면 최소한 3만1천4백70여 종이 수년 내에 멸종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자료에 수록된 멸종 위기 동.식물은 단지 외국의 사례만은 아니다. 국내의 경우 멸종위기종은 물론이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동.식물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

동요 <오빠생각>에 등장해 어떤 새보다 친근한 뜸부기는 더 이상 한국의 논에서 울지 않는다. 농약을 과다하게 사용하지 않던 70년대만 해도 논 주변이나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이 새는 현재 환경부 선정 보호대상종에 올라 있다. 단거리 달리기 선수 종다리와 그 유사종인 뿔종다리도 눈에 띄지 않기는 마찬가지.

최근 뿔종다리는 최근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뜸부기만큼 개체가 많았고 한국인과 친근했던 따오기도 78년 이후 발견되지 않아 인공 복원을 서두르고 있는 상태. 이들 외에 물을 뿜어 곤충 등 먹이를 잡아먹는 물총새, 알락할미새도 주변에서 사라졌으며 가요에 등장하는 솔개도 모습을 감추었다. 한일야생생물연구소 우한정 소장은 "솔개는 50년대 후반까지 서울 종묘, 창경궁 등에서 몇 백 마리씩 떼를 지어 월동했으나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다"고 말한다.

포유류의 멸종위기는 조류보다 더 심각하다. 환경부가 제정한 자연환경보전법상에 멸종위기종으로 올라 있는 늑대, 여우, 호랑이는 동물원이 아니면 구경할 수 없게 됐다. 일부 학자들은 이들 동물이 이미 남한에서 절종(切種)됐다고 파악하고 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인근 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삵(살쾡이)도 감소 추세이며 고슴도치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최근 한라산에서 개체수가 급증해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보도된 노루도 내륙지방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는다. 오소리도 귀해지기는 마찬가지. 웅담만큼 약효가 뛰어나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야생 오소리는 깊은 산 속으로 서식처를 옮기고 있는 실정이다.

구렁이도 멸종 위기 명단에


우리 조상들이 가신(家臣)이라고 보호했던 구렁이도 최근 지정된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동물 명단에 올라 있다. 의약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 쥐를 잡아먹어 페스트나 유행성 출혈열의 위협에서 인간을 간접적으로 보호했던 구렁이는 몸에 좋다는 이유로 '뱀탕'의 재료로 포획돼 최근에는 도서지방이 아니면 눈에 띄지 않을 정도.

물뱀류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70년대 광릉수목원 내 사방 100m 내에서 100여 마리가 출현했을 정도로 흔하던 무자치(물뱀). 최근 광릉 숲에서는 흔적이 사라졌다. 시골의 고추밭에서 종종 나타나 밭매던 아낙네를 놀라케 했던 실뱀도 모습을 감추었다.


소똥구리 금개구리 구렁이 늑대 여우

서울대 환경대학원 심재한 박사는 "실뱀의 경우 79년 이후 1개체를 채집했을 뿐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논에서 참개구리와 함께 흔히 볼 수 있었던 영롱한 황금색의 금개구리와 우물가 빨래터 '명가수' 맹꽁이도 이미 보호야생동물로 선정됐을 만큼 보기가 힘들어졌다.

곤충은 보전이나 보호는커녕 오히려 학대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신대 문태영 교수는 "지난 68년에 장수하늘소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14년 뒤인 82년에 반딧불이와 그 먹이인 다슬기가 사는 '설천' 지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이 곤충에 대한 관심의 전부"라고 말한다. '새와 식물이나 돌보자. 곤충들은 스스로 알아서 하니까'라는 곤충학자들 간의 자조 섞인 농담이 곤충 보호의 현실을 잘 드러내 준다.

최근 자연환경보전법에 의해 일부 곤충이 멸종 및 보호대상으로 지정됐지만 1만2천여 종의 곤충 중 겨우 19종만이 선정됐을 뿐이다. 이 중 소똥구리는 시골의 경우 소가 있는 거의 모든 지역에 서식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어져 축산농가 주변에도 잘 발견되지 않고 있다. 개똥벌레라고 불리던 반딧불이도 몇몇 지역에서만 그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집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쥐며느리도 이젠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송사리 일부 지역서 명맥만 유지


식물계에 닥친 멸종 위기도 심각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시 주변에서 흔하게 보이던 민들레가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올 여름에도 한강 고수부지 등에서 민들레를 봤다고 주장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민들레는 토종민들레가 아닌 서양민들레. 번식력과 성장성이 뛰어난 서양민들레가 토종민들레를 제압하고 한국 땅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할미꽃도 이젠 깊은 시골에서나 볼 수 있고 파리나 모기를 잡아먹던 끈끈이귀개 등도 습지가 사라지면서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멸종의 위기는 육상 동.식물만이 처한 것은 아니다. 강이나 하천 등 수계(水系)에서 생활하는 각종 민물고기와 수서곤충, 패류(貝類), 갑각류도 생존을 위협받기는 육상생물과 다를 바 없다. 민물고기 가운데 잉어, 붕어만큼이나 우리에게 친숙했던 송사리가 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실개천이나 소하천 등 물이 흐르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송사리. 이제는 상수원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몇몇 곳에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두우쟁이라는 다소 낯선 이름의 물고기는 맛이 뛰어나 예부터 우리 조상이 횟거리와 찌개감으로 큰 관심을 가졌던 민물고기. 한강과 임진강 등지에서 서식하는 이 물고기는 강의 하류에 살다 곡우 때가 되면 중류까지 올라와 산란을 한다. 그러나 댐이 건설되고 수질이 오염되면서 발견빈도가 극히 줄었다. 지난 4월, 임진강의 한 지천에 거주하는 한 어부가 올해 꼭 7년만에 두우쟁이 몇 개체를 발견했다고 알려온 적이 있을 정도로 두우쟁이는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다.


남생이 까치살모사 알락꼬리마도요 맹꽁이 한란

버들붕어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근 저수지나 소호에 흔했던 물고기. 그러나 농약과 축산 및 공업폐수 등이 흘러들면서 개체수가 급감했다. 서울 청계천 등지에서는 버들붕어와 묵납자루 등 개체수가 작은 어종과 보호어종을 관상용으로 판매까지 하고 있어 이들의 보호가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값이 폭등했던 토하젓. 원인은 원료가 되는 토하(土蝦)가 귀해졌기 때문이다. 여타 민물새우류와 달리 몸색깔이 흑색에 가까워 흑새우로도 불리는 토하는 환경 오염에 대한 적응성이 떨어지고 물 오염에도 약해 송사리처럼 일부 상수원 보호지역 내에만 서식하고 있다. 토하보다 몸집이 큰 민물새우도 줄어들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소금쟁이도 이젠 맑은 물이 아니면 발견하기 힘들고 전세계에서 우리 나라에만 서식하는 두드럭조개는 이미 한강 수계에서 사라졌다. 무척추동물인 달팽이류는 개체수가 급감했으며 우렁이도 좀체 볼 수 없다.

우리 주변의 숲 속이나 하천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정겨운 우리 토종 동.식물들을 도감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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