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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가 있는 여행 탐조여행
이 기사는 한국후지츠의 격월간 사보인 '꿈을 이루는 사람들' 1998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푸른 창공으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흑두루미들의 비상 (천연기념물 228호)

새를 찾아 떠나는 겨울여행

가을의 끝을 알리는 10월이 지나고 또 다른 계절이 우리 곁을 조용하게 찾아 들고 있다. 사심없이 무심해 보이기만 하던 거리의 은행잎들이 노오랗게 물들고 젖은 비 한줄기에 낙엽되어 떨어지는 이런 계절에는 어느 거리에서 문득, 사무실 바쁜 일상을 뚫고 문득, 점심 먹고 뽑아든 한잔의 커피 향 너머로 문득, 우리 마음 속 어디에선가 겨울 철새 한떼가 ... 참으로 무성하게 날아오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음속 한 켠에서 반란처럼, 또는 함성처럼 겨울철새가 일제히 비상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잠시 일상을 멈추고 정말로 새를 찾아 겨울여행을 떠나도 좋고, 아내와 단둘이서 색다른 기분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아니면 잊고 잊고 싶지 않은 이들과 추억만들기를 해도 좋고, 혼자라도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 째즈 선율처럼 온몸을 충분한 느낌으로 차오르게 만들 겨울 풍경과 새떼들의 퍼덕이는 날개소리가 있으니 말이다. 이런 계절에는 치르치르와 미치르처럼 여행을 떠나야 한다. 각자의 마음의 속에 숨겨진 새를 찾아서 말이다.

떠나기전에

준비물

90년대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한 탐조여행은 망원경이나 쌍안경, 카메라 그리고 새먹이 정도만 있으면 되는데,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철새의 종류는 120여종이며 11월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절정을 이룬다고 한다.

탐조여행을 나서려면 따뜻한 방한복과 방한화는 꼭 갖춰야 한다. 늪이나 호수, 평야를 다녀야 하고 겨울바람이 세차게 불기 때문이다. 늪지대로 갈 때는 방한장화도 필요하다. 조류도감이나 지도를 지참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 솥이 작다고 소쩍소쩍 운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안고 있는 소쩍새 (천연기념물 324호)

유의사항

탐조여행은 기본적으로 새들의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일이기 때문에 주인격인 새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 사소한 부주의 하나가 새를 서식처에서 영원히 몰아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는 눈이 날카로운 동시에 색깔에도 예민하다.

따라서 주변 자연색과 어울리는 색상의 옷을 선택해야 하고, 숲에서는 빨강, 노랑, 흰색 등의 원색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면 새들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모자를 착용하고, 야생조류는 200미터 밖에서도 화장품 냄새를 맡으므로 화장이나 향수는 삼가하자.


▲ 매과의 철새 황조롱이(천연기념물 323호)는 4 ~ 10월 사이에 우리나라에 머문다.

탐조방법

탐조시에는 새가 인기척에 놀라지 않도록 70 ~ 100미터쯤 떨어져서 관찰하는 것이 요령이다. 새가 머리를 들 때는 움직임을 멈추고, 새가 경계를 푼 뒤 고개를 숙이면 자세를 낮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새의 종류에 따라, 또 도래지의 현장상황에 따라 탐조시간이 다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새벽과 해질녘이면 새들의 군무를 관찰할 수 있으며, 아침에 미리 모이를 뿌려두면 낮에 새들이 몰려있는 장면을 잡을 수 있다.


▲ 아름다운 빛깔을 자랑하는 팔색조 (천연기념물 204호)

최대의 철새도래지 - 철원평야

을숙도나 주남저수지가 점점 퇴조하고 있는 반면, 민통선 안의 철원평야와 천수만 등은 최근 가장 각광받는 탐조여행지이다. 철원평야는 휴전선 근처라서 그대로의 자연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고, 세계적으로 희귀한 조류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조류보호협회의 김성만 회장의 말에 따르면 철원평야는 90년대 초부터 민통선 안이 안보관광지로 개발되면서 겨울만 되면 두루미(우리는 흔히 '학'이라고 부른다. 천연기념물 202호) 등 수십종의 철새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군무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 일명 해오라기라고도 불리우는 노랑부리백로 (천연기념물 361호)

철새들의 편안한 휴식처 - 충남 천수만 일대

현대건설이 충남 서산군과 홍성군 사이의 8km나 되는 갯벌을 둑으로 막으면서 서산 천수만 일대에는 비행기로 볍씨와 비료를 뿌릴 정도로 광활한 논과, 얕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호수, 넓은 갈대밭이 생겼다.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새들에게 더없이 좋은 서식지가 생긴 것이다.

94년부터 약 50여종 20만 마리 이상의 철새가 찾아드는 천수만 일대는 1,500만평의 호수 및 습지가 철새들에게 풍부한 먹이와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곳에는 흰뺨검둥오리 등 오리류가 주종을 이루지만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등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희귀종도 다수 발견된다. 천수만은 해안 근처에 위치, 철새들이 남하하는 길목인데다 같은 위도의 내륙보다 평균기온이 1 - 2도 정도 높은 특성이 있다고 한다.

검은머리갈매기와 갈대들의 서정시- 금강하구

전남지방 최대의 겨울철새 도래지인 금강권역은 우리나라 중앙부에 위치하여 사계가 뚜렷한 온대성 기후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금강하구 갈대밭에는 매년 11월 초부터 이듬해 3월까지 고니류 약 400마리, 큰기러기 약 500마리, 그 외 오리류와 댕기물떼새 등 많은 철새들이 찾아든다.

특히 세계적으로 2천 ~ 3천여 마리만 생존하고 있는 검은머리갈매기가 습지를 배경으로 자라난 갈대밭 사이로 일제히 날아오르는 풍경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노을진 저녁풍경, 그리고 갈대밭, 새들의 아름다운 비상 ... 한편의 서정시를 대하는 듯한 금강 하구에 서면 모회사의 핸드폰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에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근데 뭘? - 삐삐만 있는 사보담당자 曰)


▲ 조류보호협회에서 실시하는 겨울철새 모이주기 행사에 참가하는 어린이들


▲ 저 날카로운 눈매를 보라!
오늘도 지구를 지키느라 수고하고 있는 독수리 (천연기념물 243호)

도시속의 또 다른 낭만 - 여의도 밤섬

하천의 수계 생태계가 원래의 자취를 잃고 단순화되며 주위 환경이 바뀌어 인공화가 되면 이에 따른 야생조류의 종의 분포와 밀도가 바뀌게 된다고 한다.

서울 한강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 밤섬은 바쁜 일상으로 짬을 낼 수 없는 도시인들이 잠시 여유를 즐기며 탐조하기에 적합한 장소이다. 이 곳에서 망원경으로 바라보면 밤섬에서 노니는 청둥오리, 고방오리, 시부엉이, 원앙, 흰뺨검둥오리, 꼬마물떼새 등 20여종의 철새 1만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가끔 생활이 지겹고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커피 한잔을 뽑아들고 밤섬을 찾아보자. 자유로운 새들의 날개짓이 어느 사이엔가 자신의 영혼까지도 자유롭게 만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밥주걱 모양의 부리가 재미있는 저어새 (천연기념물 205호)

이밖에

오리류와 논병아리류가 많은 강릉 경포호수와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 부산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 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

수도권 시민들은 자유로를 따라 가면 한강 하류에서 쉽게 탐조여행을 즐길 수 있다. 자유로를 따라 임진각까지 달리는 동안 어느 곳에서도 많은 철새들의 군무를 관찰할 수 있다.

강화도는 길상, 화도면 쪽의 바닷가가 권할만 하다. 전등사 앞이나 길상면 저수지 앞 간척지 등에서 철새를 볼 수 있다.


▲ 두루미 (천연기념물 202호)
우리나라에서는 '학'으로 알려져 있으며, 10월 하순경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겨울철새


탐조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아무래도 전문가들과 함께 떠나는 것이 좋다. 철새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 탐조여행을 떠나는 단체는 다음과 같다.

  • 자연생태연구소 <마당>
    다양한 생태기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마당>에서는 11월 15일 천수만으로 겨울철새만나기 첫여행를 떠난다. ☎ 0343)26-3595
  • 과천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은 현재 4만2천명의 회원과 35개 지역조직을 지니고 있다. 과천 환경운동연합에서는 자연체험교실, 생태트래킹 등을 실시하며 생명을 일구는 일을 한다. ☎ 02)507-3007
  • 한국조류보호협회
    단돈 5천원만 내면 차비는 무료, 새떼들이 날아오르는 들녘에서 먹는 맛있는 점심식사는 공짜로 제공. ☎ 02)797-4765
  • 기타: 두레생태기행 ☎ 02)797-4765, 녹색연합 ☎ 02)325-5525, 국토순례회 옛돌 ☎ 02)275-4333, 여행자클럽 ☎ 02)278-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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